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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수면

2019 Winter

하루 8시간을 침대에서 보내고도 상쾌한 아침을 맞아본 게 언제인지 까마득하다면 수면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질’이다.

자정을 넘긴 시각, 침대에 누웠지만 잠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팔을 뻗어 휴대전화를 켜고 유튜브 세계로 진입한다. 앱스토어가 지난해 최우수 상품으로 선정했다는 ASMR 앱 광고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월 구독료는 9.9달러. 이 앱만 있으면 이제는 ‘흐린 기억 속의 그대’가 된 단잠의 꿈을 다시 꿀 수 있다는 걸까?
다시 검색창에 ‘수면’을 써 넣고 완료 버튼을 누른다. 1시간, 5시간, 10시간씩 연속으로 틀어주는 수면 유도 채널의 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이쯤 되면 지구에서 불면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사라져야 마땅하지 않을까?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2018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간 수면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전국에 약 57만 명. 전 국민의 1.1%에 해당한다. 생각보다 수치가 낮은가? 이 통계에는 오직 ‘진료’를 받는 사람만이 들어 있다. 눈에 띄는 사실은 20~30대 남성의 진료율이 높은 증가율을 보인다는 것. 남자보다 여자의, 청년기보다 50대 이후 중장년층의 고민이었으며, 심지어 병으로 치지도 않아 ‘장애’라는 수식어를 단 수면장애는 어느덧 전 국민의 고민이 돼가고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상 수면의 정의는 쉽고 간단하다. ‘10분 안에 잠들고 잠든 후 거의 깨지 않으며 아침에 일어날 때 몸과 정신이 완전히 회복된 느낌이 드는 잠!’ 매일 7~8시간 자도 아침이 상쾌하지 않으면 수면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 의학적으로는 잠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입면장애, 잠드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자주 깨는 수면 유지장애, 이른 새벽에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하는 조기각성, 별다른 불면 증상이 없고 충분히 잤는데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비회복성 수면으로 분류된다. 이 중 하나에 속할 수도, 두 가지 이상의 증상을 겪을 수도 있다. 코골이나 이갈이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있어야만 수면장애를 고민할 자격이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수면장애를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불편 또는 노화의 일환 정도로 취급한다. 바로 이 점이 수면장애가 신종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번지는 이유일 수 있다. 고상하게 ‘수면장애’라고 부르든, 흔한 말로 ‘불면증’이라고 하든, 이 때문에 고생하는 당사자든, 한 침대를 나눠 쓰는 배우자든, 자다가 ‘컥!’ 하고 숨이 넘어가지 않는 이상, 잠을 못 자서 하루하루가 지옥 같을지언정 치료에 돌입하는 사람은 드물다.

잠자는 동안 우리 몸은 다시 태어난다

잠은 그렇게 대충 넘길 신체 활동이 아니다.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1차적인 고민은 피로. 이틀만 잠을 잘 못 자도 다음 날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몸도, 정신도 온전하지 못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수면은 어떻게 이런 영향력을 갖게 되는 걸까? 하버드대학교 수면연구센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의학박사 네고로 히데유키에 따르면 “잠자는 동안 우리 몸은 다시 태어난다”. 인체를 돌아다니는 수많은 호르몬 중 성장호르몬과 멜라토닌은 잠을 자야 분비된다. 성장호르몬이 성장이 끝난 성인의 몸에서 하는 주요 활동은 세포 재생. 피부 세포뿐만 아니라 신진대사를 좌우하는 모든 기관의 세포, 5년 주기로 재탄생되는 뼈 조직 대사도 성장호르몬의 몫이다. 그러므로 빨리 늙느냐 건강하게 늙느냐는 잠에 달렸다.
멜라토닌은 보다 중대한 역할을 한다. “어제까지 몸이 좋지 않았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거짓말처럼 나았다”거나 “푹 잤더니 열이 내렸다”는 경험은 모두 멜라토닌 덕분이다. 멜라토닌의 여러 우수한 기능 중 하나가 바로 면역력 향상이기 때문. 또 멜라토닌은 우리 몸을 늙게 하고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는 활성 산소의 천적이기도 하다. 정말 여러 방면으로 면역력을 지원한다.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사람이 이 두 호르몬만 포기하면 되느냐 하면 그 또한 아니다. 네고로 히데유키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호르몬은 다른 호르몬과 연계 플레이를 한다”고. 인체에서는 100종이 넘는 호르몬이 밤낮으로 분비되며, 이들의 영향력이 전신에 미친다. 그러므로 포기해도 되는 호르몬이란 없다.
이쯤에서 가장 궁금한 의문을 해소해보자. 왜 나는 ‘잘’ 자지 못하는가?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실로 다양하다. 그중 첫째는 내 몸에 장착된 생체 시계와 다른 나의 취침 및 기상 시간이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저녁형 인간의 생체 시계를 갖고 있다고 해도, 매일 아침 출근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그 시계에 맞춰 살아가는 건 애당초 불가능하다. 다행히 생체 시계는 어느 정도 조절 가능하며 ‘아침에는 각성 신경인 교감신경이, 밤에는 몸을 이완하는 부교감신경이 우위’라는 기본 룰은 사람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나이도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잠은 처음 10~15분의 입면 단계, 깊은 잠인 논렘수면, 얕은 잠인 렘수면으로 구성되며 논렘수면과 렘수면은 대략 90분 주기로 번갈아 이루어진다. 그런데 중년에 이르면 이 두 수면의 주기가 짧아지고, 항이뇨 호르몬 양이 줄어든다. 중간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고 싶어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 마지막 요소는 생활을 둘러싼 모든 것이다. 아침에 쬐는 햇빛의 양, 식사 시간, 저녁 무렵의 생활습관…. 모든 것이 잠을 부르거나 내쫓는 데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우리가 공략해야 할 대상은 바로 이 마지막 요소다.

Smart Health Solution, 명품 수면을 위한 질문

햇빛을 충분히 쬐었는가?

아침 혹은 낮에 강한 햇빛을 쬐면 밤에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왕성해진다. 필요 시간은 20~30분, 출근길에 햇빛이 쏟아지는 길을 골라 걷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멜라토닌 분비는 햇빛을 쬔지 15시간 후에 가장 활발하므로 취침 시간을 고려해 외출해도 좋다. 겨울에는 일조량이 적으므로 산책 시간을 늘릴 것.

저녁 식사와 취침의 간격은 얼마나 되나?

밤 8시 이후에 하는 식사는 최대의 숙면 방해 요인이다.수면 계열 호르몬을 충분히 분비하기 위해서는 소화기관에서 말초 모세혈관으로 우위가 바뀌어야 하는데, 음식물이 소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 과정이 원활하지 않다. 저녁 7시나 8시 정도에 식사를 마칠 경우, 밤 11시 경에나 소화가 끝나 몸이 수면 준비를 시작한다. 이 무렵부터 새벽 2시 사이가 취침 골든타임이므로 너무 늦은 시간에 식사를 하는 것은 삼가자. 손과 발에 열이 많은가? 사람이 잠들 때는 심부체온이 급격하게 1℃ 정도 내려간다. 이때 손과 발을 33℃ 정도로 시원하게 해주면 혈액이 손발로 이동하면서 심부체온이 살짝 떨어지므로 쉽게 수면에 진입하게 된다.

침실이 밝지는 않은가?

면역력 호르몬이기도 한 멜라토닌 분비를 위해 필요한 것은 어둠. 눈을 감고 있더라도 눈꺼풀을 통과한 빛이 시신경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실내는 어두울수록 좋다. 잠들기 1~2시간 전, 집 안의 형광등을 모두 끄고 조도가 낮은 간접조명을 켜는 것도 도움이 된다. 늦은 시간까지 컴퓨터, TV, 휴대전화를 보는 습관도 버려야 한다. 잠이 오지 않는데도 침대에 누워 있는가? 스탠퍼드 수면연구소 소장인 니시노 세이지 박사는 “잠든 후 90분간 양질의 잠을 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첫 잠 때 가장 깊게(꿈도 없는 논렘수면) 수면할 뿐 아니라 뇌의 파장이 느려, 특히 뇌 피로가 잘 회복된다는 것. 하지만 단잠을 자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졸리지 않는데도 침대에 누워 양을 세어가며 잠을 청하는 것은 금물. ‘자고 싶다’는 수면 욕구, 즉 수면 압력은 오히려 잠을 깨울 수 있다.

침실이 구분돼 있는가?

잠들기 30분~1시간 전, 작은 소리로 라디오를 듣거나 책을 읽으며 뇌에 잠잘 시간임을 서서히 인식시키다가 졸음이 오면 침실로 들어간다. 침대에 누운 지 15분이 지났는데도 잠들지 못했다면, 이 과정을 반복한다.

Check List! 나도 수면장애일까?

* 3개 이상 항목에 해당하면 수면장애를 의심해볼 것

□ 잘 때 미열이 나거나 숨 쉬기 답답하다고 느낀 적이 많다.
□ 시계 소리와 같은 작은 소리가 신경 쓰여 잠에 방해를 받는다.
□ 조금만 더워도 답답하고 잠을 이루기 어렵다.
□ 자려고 누우면 잠이 깨거나, 잠드는 데 10분 이상 걸린다.
□ 잠이 오지 않아 술 또는 수면제를 먹은 적이 있다.
□ 불을 켜고는 절대 잠들지 못한다.
□ 잠들지 못할까 봐 불안하다.
□ 잠들었다가 두 번 이상 깨곤 한다.
□ 중간에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들다.
□ 이른 새벽에 깬다.
□ 꿈을 자주 꾸고, 생생히 기억한다.
□ 아침 알람 소리에 바로 일어나지 못한다.
□ 잠에서 깨면 머리가 아프고 무거운 느낌이다.
□ 낮에 자주 졸고 피로하다.
□ 피로가 쌓여 감정 조절이 쉽지 않다고 느낀다.

구성 : 편집부 / 참고 : <불면증, 당신도 치료될 수 있다>(소라주), <호르몬 밸런스>(스토리3.0)
일러스트 : 제니 곽 / 감수 : 황원태(광명21세기병원 내과클리닉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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